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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 사례로 보는 부채상담⑥

부채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방법

오병주 희망만드는사람들 대리 | 2017-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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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일수록 온 정신이 돈에 사로잡혀 있게 마련이다.” 독일의 유명한 머니트레이너인 보도 섀퍼는 그의 저서 <보도 섀퍼의 돈>에서 “돈 문제가 발생하면 그 늪에 빠져들어 가족이나 건강 등 더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고 결국 불행의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물론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인 아니지만 반대로 돈이 없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돈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잘 관리해야 한다. 부채상담을 하다 보면 돈 문제에 매몰되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돈을 위해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말 그대로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상담사례>

- A씨(49세 / 여), 기초생활수급자, 월 소득 80만원
- 전 남편의 사업실패로 발생한 채무를 16년간 무리하게 상환해오면서 부채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
- 가족사항 : 아들 2(21세 / 15세)
- 주거상황 : LH전세임대 보증금 7,500만원 중 375만원 본인 자금, 7,125만원 LH지원
- 부채현황 :

종류 현재잔액 월납부금액 상환방식 이자율
A보험사 신용대출 2840 74 원리금균등상환 8.5%
동생명의 카드론 3건 5000 230 원리금균등상환 상이
지인 3000 0 만기일시상환 0%
계 2건 4000 240 원리금균등상환
동생보험 약관대출 3000 15 만기일시상환 6%
합 계 17,840만원 559만원

A씨는 16년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1억원이 넘는 대출을 껴안게 되었다. 전 남편은 이미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에 A씨의 명의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실패로 인한 손해도 A씨가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무너진 신뢰 때문에 이혼하게 되었고 두 아들을 홀로 키웠다. 전 남편은 양육비는 물론 본인으로 인해 발생한 채무를 상환해 주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모든 뒷감당은 A씨의 몫이었다. 주변에서는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채무조정제도를 권유했지만 빌린 돈은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체시키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버텨온 것이다.

자신의 신념과 자존심은 지켰지만 결과적으로 부채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커졌다. 금융기관에 있던 부채는 동생이나 지인들에게 옮겨가면서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연관된 복잡한 문제가 되었다. 부채가 처음 발생한 시점에서는 신용만 포기하면 되는 문제였는데 이제는 가족과 지인과의 관계도 포기해야 부채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이 가능한 상태였다.

아무리 복잡한 부채문제도 해결책은 있다

처음 A씨를 만난 자리에서 필자의 첫 질문은 ‘무엇을 원하는가’였다. 이 질문에 A씨는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지인들의 대출을 해소하고 싶다고 답했다. 채무조정제도는 절대 이용하고 싶지 않다고 했고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필자는 A씨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부채상황을 질병에 빗대었다. “선생님은 지금 병원에서 무조건 통원치료로 낫게 해달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당연히 통원치료로 해결하겠지만 병이 깊다면 어쩔 수 없이 입원치료 또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죠.”

A씨의 상황은 도저히 통원치료로 해결할 수 없는 깊은 병세였다. 그렇기에 아주 큰 대수술이 필요했다. 월 소득이 80만원밖에 안 되는데 대출 상환으로 나가는 돈만 559만원이었다. 첫째 아들이 4개월 전 군대를 가면서 수급비도 20만원 정도 줄어들었고 아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주던 용돈도 없어지면서 최근 어려움이 더 커진 상황이었다.

아무리 복잡한 부채문제도 반드시 해결책은 있다. 다만 채무자가 그 해결책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뿐이다. A씨의 부채문제는 개인파산을 신청하고 동생 명의 대출은 동생의 상황을 봐서 대환대출이나 채무조정제대로 따로 분리하여 해결할 수 있었다. 지인에게 빌린 돈과 곗돈의 경우는 사정이야기를 하고 나눠서 상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A씨는 이 대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인과 동생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에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손해를 끼치는 짓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평생 책임감 하나로 버텨온 A씨에게 빚을 갚지 못한다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라는 의미와 같았다.

부채상담은 깊은 내면의 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A씨의 부채해결을 위해선 재무적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 접근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 동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A씨의 과도한 책임감은 전 남편에 대한 분노로부터 시작되었다. 전 남편은 자신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문제는 물론 양육비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A씨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과 그로 인한 깊은 마음의 상처였다. 그래서 A씨는 자신이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하는 전 남편과 같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책임감을 갖고 채무를 갚고 지인 및 금융기관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했다.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 등 채무조정제도를 선뜻 선택하지 못했고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A씨는 이처럼 무거운 책임감과 남편에 대한 증오로 16년간 돈의 노예로 살아왔다. 뿐만 아니라 두 자녀까지 부채로 인해 돈에 얽매여서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 아들은 군대 가기 전까지 아르바이트로 A씨의 빚을 함께 갚아나갔고 제대 후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구하고 싶어했다.

대물림 되는 부채의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

A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두 아들을 책임지며 힘겹게 살아왔다.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두 아들 또한 빨리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어했지만 정작 자신들의 삶과 미래를 꿈꾸지 못했다. 돈에 급급한 삶이 2대에 걸쳐 내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A씨는 전 남편을 증오하는 마음을 버리고 그로 인한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나 두 아들과 새로운 삶을 꿈꿔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국 A씨는 개인파산을 하고 동생은 개인회생을 진행했다. 지인과 곗돈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았지만 손해를 줄 수밖에 없음을 받아들이고 다만 이를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했다.

부채문제 해결 후 A씨가 앓았던 우울증이 많이 호전되었다. 잃었던 건강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A씨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대물림 되었던 부채의 악순환을 끊고 두 아들에게 돈의 노예가 아닌 인생의 주인이 되는 삶을 돌려주었다는 것이다. A씨는 두 아들과 함께 새로운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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